감변 12.
등은봉(鄧隱峯)스님이 스님을 하직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디로 가려느냐?"
"석두(石頭)스님에게 가렵니다."
"석두로 가는 길은 미끄럽네."
"장대나무를 짚고 가다가 장터를 만나면 한바탕 놀다 가겠습니
다."
바로 떠나 석두스님에게 도착하자마자 선상을 한 바퀴 돌더니 지
팡이로 한번 내려치고 물었다.
"무슨 소식인고."
그러자 석두스님은, "아이고, 아이고!" 하였다.
등은봉스님은 말이 막혔다. 돌아와서 말씀드렸더니 스님(마조)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다시 가서 그가 '아이고, 아이고' 하거든 '허.허(噓)'하고
두 번 소리를 내거라."
등은봉스님이 다시 가서 앞서 했던 그대로 물었더니 석두스님은
이에"허허"하고 두 번 소리를 내었다.
등은봉스님은 이번에는 말이 막혔다. 돌아와 말씀드렸더니 스님께
서 말하였다.
"석두로 가는 길은 미끄럽다. 하지 않았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