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변 15.
양좌주(亮座主)가 참례하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좌주는 경론(經論)을 훌륭히 강의해 낸다고 들었는데 그런가?"
"부끄럽습니다."
"무얼 가지고 강의하는가?"
"마음으로 강의합니다."
"마음(心)은 재주부리는 광대같고, 의식(意)은 광대놀이에 장단을
맞추는 자와 같다. 그것으로 어떻게 경을 알 수 있겠는가?"
양좌주는 언성을 높혔다.
"마음이 강의하지 못한다면 허공이 강의합니까?"
"오히려 허공이 강의할 수 있다."
양좌주는 수긍하지 않고 그냥 나가버렸다. 계단을 내려가려하는데
스님께서 "좌주!"하고 불렀다.
양좌주는 머리를 돌리는 순간 활연대오하고 바로 절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둔한 중아! 절은 해서 무얼 하느냐."
양좌주는 절로 되돌아가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나의 논간은 남이 따를 수 없다 하였더니, 오늘에야 마조대사에
게 한 번 질문을 받고서 평생했던 공부가 얼음 녹듯 하였다."
그리고는 서산(西山)으로 들어가 다시는 종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