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단하화상과 대화

        丹霞和尙이 어느 날 거사를 방문코자 대문간에 이르자
        靈照가나물 바구니를 잡고 있는 것을 보고 묻기를
        거사가 집에 있는가

        하니 영조가 바구니를 놓고 손을 맞잡고서 있거늘
        단하는 또 묻기를
        거사는 집에 있느냐 없느냐

        하니 영조는 나물 바구니를 들고 문득 가버렸다.
        돌아온 거사에게 있었던 사실을 말하니
        거사가 이르기를
        赤土에 牛 를 칠했구나

        하였다.
        단하가 딸아 들어와서 거사를 보니 거사가 오는 것을 보고도 일어나지도 또한 말하지도 않았었다.
        단하가 이에 불자를 세워 일으키거늘 거사는 槌子를 세웠다.
        단하가 말하기를
        다만 이것뿐인가 또다른 것이 있는가

        거사가 이에 단하를 보면서 말하기를
        전과 같지 않구나

        하니 단하가 말하기를
        사람의 聲價를 떨어뜨리려 하지만 방해롭지 않다

        하다.
        거사가 운 하되
        좀전에 너를 한 번 꺾어 보려고 한 것이다

        하니 단하가 말하기를
        이러한 즉 天然의 입은 벙어리가 되어 버리는데

        거사가 말하되
        너의 벙어리는 본분에 말미암음이지만 나까지도 벙어리가 되겠다

        하니 단하가 문득 拂子를 던지고 가 버리니 거사가
        然스님 然스님

        하고 불러도 단하는 돌아보지 아니하니 거사가 운 하되
        벙어리를 근심할 뿐만 아니라 다시 겸하여 귀머거리가 될까 걱정된다

        하다.
        단하는 어느 날 거사가 방문해서 말하기를
        어제 날에 서로 보았음이 어찌 금일에도 같은가

        거사가 말하기를
        如法이 어제 일을 들어서 너로 하여금 宗眼을 밝히고자 함이라

        하니 단하가 말하기를
        다만 宗眼을 방옹이 著得할 수 있겠는가

        거사가 운 하되
        나는 너의 눈 속에 있는데

        하니 단하가 말하기를
        내눈은 좁은데 어느 곳을 향하여 늙은이가 안착하려는고

        거사가 말하기를
        이 눈이 좁은데 이 몸이 어찌 편안하리요

        단하가 돌아보지 않자 거사가 말하기를
        다시 한 번 一轉을 말하면 문득 이 말의 전부를 얻으리라

        단하가 또한 대답을 하지 아니하거늘 거사가 운 하되
        여기에 一句를 말할 사람이 없구나

        하다.
        하루는 거사가 단하를 향하여 앞에서 叉手하고 잠깐 섰다가 나가도
        단하는 돌아보지 아니하자 거사는 다시 와서 단하 앞에 앉으니
        단하가 도리어 거사를 향하여 앞에서 손을 맞잡고 잠깐 섰다가
        문득 방장실로 들어가니
        거사가 운 하되
        너는 내가 나오면 들어가니 일을 살피지 못하겠도다

        하니 단하가 운 하되
        이 늙은이가 들락날락하니 마칠 기약이 있겠는가

        거사가 운 하되
        조그마한 자비심도 없구나

        하니 단하가 운 하되
        이 놈을 田地까지 인도하게 했는데

        거사가 운 하되
        무엇을 잡아 인도했는가

        단하가 이에 거사의 모자를 잡아 일으켜 말하되
        一箇老師僧과 같도다

        거사가 도리어 모자를 단하 머리에 올려놓고 말하기를
        한낱 속인과 같도다

        거사가 이에 應 하는 소리를 세 번하니 단하가 운 하되
        옛날 기질을 어찌 잊어 버렸으리요

        거사가 彈指하기를 세 번하면서 운 하되
        하늘도 움직이고 땅도 움직인다

        하다. 어느 날 단하는 거사가 오는 것을 보고 곧 달아날 기세를 하거늘 거사가 운 하되
        그것은 오히려 몸을 버릴 자세로 어찌 찡그리고 심음할 행세를 하는고

        단하가 문득 앉자 거사가 이내 단하의 앞에서 주장자로써 七자를 그으니 단하는 面下에 一자를 썼다.
        거사가 운 하되
        七로 因하여 一을 보고 一을 봄으로써 七자를 잊음이라

        하니 단하가 운 하되
        이 속에 말을 붙이려고 하는가

        거사는 이내 哭을 세 번하고 가 버렸다.
        하루는 거사가 단하와 더불어 出行을 할 때 맑고 푸른 강물을 보고 거사는 물을 가르키면서 말하되
        이러한 것은 빨리 판단해 내지 못할 것이다

        하니 단하가 말하기를
        너무 분명해서 판단해 내지 못한다

        거사가 손으로 단하에게 물을 세 번 뿌리니 단하가 말하기를
        이러지마 이러지마

        하면서 도리어 거사에게 물을 뿌리니 거사가 말하기를
        마땅히 이러할 때 어떻게 堪作할 것인가

        단하가 말하기를
        물건밖에는 없다

        거사가 운하되
        마땅한 사람이 적다 마땅한 사람이 적다

        하니 단하가 대답이 없자 거사가 운 하되
        누가 便宜에 떨어지지 않았는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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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붓다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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