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록1.
스님의 휘(諱)는 회해(懷海:749-814)이며, 복주(福州) 장락(長樂)사
람이다. 성은 왕씨(王氏)로 어린 나이네 세속을 떠나 삼학(三學)을
두루 닦았다. 그때 대적(大寂:709-788, 馬祖스님의 호)스님이 강서(江
西)에서 널리 교화를 펴고 있었으므로 찾아가 마음을 쏟아 의지하였
는데, 서당 지장(西堂智藏:735-814)·남전 보원(南전普願:748-834)스
님과 함께 나란히 깨친 분이라고 이름났었다. 그리하여 당시 세 분
의 대사가 우뚝 서게 된것이다.
스님이 마조(馬祖)스님을 모시고 가다가 날아가는 들오리떼를 보
았는데, 마조스님께서 물으셨다.
"저게 무엇인가?"
"들오리입니다."
"어디로 갈까?"
"날아갔습니다."
마조스님께서 갑자기 머리를 돌려 스님의 코를 한번 비틀자 아픔
을 참느라고 소리를 내질렀다. 마조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시 날아갔다고 말해보라."
스님께서는 그 말끝에 느낀 바가 있었다.
시자들의 거처인 요사채로 돌아와 대성통곡을 하니 함께 일하는
시자 하나가 물었다.
"부모 생각 때문인가?"
"아니."
"누구에게 욕이라도 들었는가?"
"아니"
"그렇다면 왜 우는가?"
"마조스님께 코를 비틀렸으나 철저하게 깨닫지를 못했기 때문이
다."
"무슨 이유로 깨닫지 못하였는가?"
"스님께 직접 물어보게."
그리하여 그 시자가 마조스님께 물었다.
"회해시자는 무슨 이유로 깨닫지 못했습니까? 요사채에서 통곡을
하면서 스님께 물어보라는 것입니다."
마조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가 알테니 그에게 묻도록 하라."
그 시자가 요사채로 되돌아와서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그대가 알 것이라 하시며, 나더러 그대에게 물으라
하셨네."
스님(백장)이 여기에서 깔깔 웃자, 그 시자가 말하였다.
"조금 전에 통곡하더니 무엇 때문에 금방 웃는가?"
"조금 전에 울었지만 지금은 웃네."
그 시자는 그저 멍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