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록 4.
황벽스님이 스님의 처소에 와서 있다가 하루는 하직을 하면
서 말였다.
"마조스님을 친견하고 싶습니다."
"스님께서는 이미 돌아가셨다."
"그렇다면 어떤 법문을 남기셨는지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그리하여 마조스님께서 두번째 참례했을 때 불자를 세웠던 이야기
를 해주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불법은 작은 일이 아니다. 그때 내가 마조스님의 고함(喝)을 듣고
나서 그 뒤로 사흘을 귀가 먹었다."
황벽스님은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혀를 내밀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자네는 이제부터 마조스님의 법을 잇지 않으려는가?"
"아닙니다. 오늘 스님의 법문으로 마조스님의 큰 기틀(大機)에서
나온 작용을 볼 수 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마조스님을 모릅니다. 만
일 마조스님을 잇는다면 앞으로 나의 법손을 잃을것입니다."
"그래, 그렇지. 견처(見處)가 스승과 같으면 도는 반쯤밖에 안되고,
견처가 스승을 능가해야만 전수를 감당할 수 만하다. 그대는 스승을
훨씬 넘어설 만한 견처가 있군."
그 뒤에 위산스님이 앙산 혜적(仰山慧寂:803-887)스님에게 물었다.
"백장스님이 마조스님을 두번째 참례하고 불자를 세웠던 인연에서
두 분의 경지가 어떠하였겠는가?"
"큰 기틀(大機)의 작용을 환하게 나타낸 것입니다."
"마조스님은 84명의 선지식을 배출하였는데, 몇 사람이 큰 기틀
(大機)을 얻고 몇 사람이 큰 작용(大用)을 얻었겠는가?"
"백장스님은 기틀을 얻었고, 황벽스님은 그 작용을 얻었습니다. 그
나머지는 모두가 말로 떠드는 무리(唱道師)일 뿐입니다."
"그래,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