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변 26.

조사어록/마조록 2008. 8. 26. 10:32
감변 26.

약산 유엄(藥山惟儼:745-828)스님이 처음 석두스님을 참례한 한

자리에서 물었다.

"3승 12분교(三乘十二分校)라면 제가 대략은 압니다. 남방에 서는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라 한다는 소문은 늘 들었

는데 정말 알지 못하겠습니다. 엎드려 바라오니 스님께선 자비로 가

르쳐 주십시오."

석두스님이 말하였다.

"이렇게 해도 안되고 이렇게 하지 않아도 안되며, 이렇게 하거나

이렇게 하지 않음 둘다 안된다. 자 어떻게 하겠는가?"

약산스님이 어찌할 바를 모르자 석두스님이 말하였다.

"그대의 인연은 여기에 있질 않으니 그만 마조스님의 처소로 가보

게."

약산스님이 명을 받들어 스님께 공손히 절을 하고는 앞에 물었던

것을 그대로 묻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어느 때는 그에게 눈썹을 드날리고 눈을 깜작이게 하며, 어

느 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고 어떤 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지

않다. 그대는 어떠한가?"

약산스님이 말끝에 깨치고 절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였다.

"무슨 도리를 보았기에 나에게 절을 하느냐?"

"제가 석두스님 처소에서는 무쇠소 등에 달라붙은 모기와도 같았

습니다."

"그대가 그렇게 되었다면 잘 간직하게."

그 뒤 3년 동안 시봉을 하였는데 하루는 스님께서 물으셨다.

"그대는 요사이 견처(見處)가 어떠한가?"

"껍데기는 다 벗겨지고 알맹이 하나만 남았을 뿐입니다."

"그대의 경지의 마음(心體)이 순조로와 사지(四肢)까지 편안하다

하겠다. 그렇게 되었을진대 어째서 세 가닥 대테(蔑)로 아랫배를 조

르고 아무데나 가서 주지살이를 하지 않는가?"

"제가 무어라고 감히 주지노릇한다 하겠습니까?"

"그렇지 않다네. 항상 다니기만 하고 머물지 말라는 법은 없고, 항

상 머물기만 하고 다니지 말라는 법도 없다네. 이익되게 하고 싶어

도 이익될 것이 없고, 위하려 하나 위할 것도 없다네. 배(船)를 만들

어야지. 이 산에 오래 머물지 말게."

이리하여 약산스님은 스님을 하직하였다.

* 대테- 중국의 한 은사는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 뱃속이 터질까 걱정하

여 대나무테로 배를 싸고 다녔다. 여기서는 공부가 완숙된 경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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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붓다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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