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활개를 펴고 드러누우니
【제024칙】
〈수시〉-------------------------------------------
높고 높은 봉우리에 서 있으면 악마나 외도도 능히 알지 못하고, 바다 속으로 가면 부처의 눈으로도 엿볼 수 없다. 하지만 비록 눈은 유성 같고 솜씨는 번갯불 같더라도 아직 꼬리를 질질 끌고 가는 거북이를 면치 못한다. 이럴 때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본칙〉-------------------------------------------
어느 날 위산 영우스님에게 산 아래 있던 비구니 유철마가 찾아왔다.
위산스님이 그에게 말하였다.
?이 늙은 암소야, 네가 왔느냐??
그녀는 스님의 농담을 슬쩍 비키며 이렇게 말하였다.
?내일 오대산에서 큰 법회가 있다는데 스님께서도 가십니까???
그러자 화상은 네 활개를 펴고 드러누웠다.
유철마는 곧바로 돌아갔다.
〈송〉-------------------------------------------
철마를 타고 겹겹이 쌓인 성으로 들어갔으나
여섯 나라가 이미 평정되었다는 칙명만 들었네
그래도 쇠채찍 들고 돌아오는 사람에게 묻건만
밤은 깊고 고요하니 누구와 함께 대궐을 거닐까
'선의보전 > 벽암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26 칙 무엇이 기특한 일인가 (0) | 2006.01.11 |
---|---|
제 25 칙 천봉만봉 속으로 (0) | 2006.01.11 |
제 23 칙 해골이 온 들에 가득했으리 (0) | 2006.01.10 |
제 22 칙 내 안의 독사 한 마리 (0) | 2006.01.09 |
제 21 칙 피기 전엔 연꽃, 핀 다음엔 연잎 (0) | 2006.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