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55칙】
〈수시〉-------------------------------------------
은밀하고도 완전한 참인 이 소식을 대뜸 깨치고, 갖가지의 반연 속에서도 그것을 다룰 수 있어 단박에 당처를 알아챈다. 전광석화 속에서도 잘못을 순간에 끊고, 호랑이 머리를 타고 꼬리를 잡는 경지에 천 길 벼랑처럼 우뚝 서 있구나. 그러나 이런 경지는 그만두더라도 가느다란 길을 놓아 수행자를 지도하는 부분이 있느냐?
〈본칙〉-------------------------------------------
도오스님이 점원스님과 함께 어느 집에 이르러 조문을 하게 되었는데 점원스님이 관을 두드리며 말하였다.
?살았습니까? 죽었습니까??
도오스님이 말하였다.
?살았어도 말로 할 수 없고 죽었어도 말로 할 수 없다.?
?왜 말로 못합니까??
?말로는 안 되지! 안되고 말고!?
돌아오는 길에 점원스님이 말하였다.
?스님, 어서 말씀해 보십시오. 말하지 않으시면 치겠습니다.?
?때리려면 때려라. 그러나 말은 할 수 없다.?
점원스님이 후려쳤다.
그 뒤 도오스님이 돌아가시자 점원스님이 석상스님에게 이르러 전에 있었던 얘기를 말하니, 석상스님은 말하였다.
?살아도 말로 못하고 죽어도 말로는 못한다.?
?무엇 때문에 말하지 못합니까??
?말할 수 없지, 말할 수 없고 말고.?
점원스님은 그 말에 깨우침이 있었다. 하루는 점원스님이 삽을 들고 법당 위에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오가자, 석상스님은 말하였다.
?무얼 하고 있느냐??
?선사의 영골을 찾고 있습니다.?
?거대한 파도는 까마득히 질펀하고 흰 물결은 하늘까지 넘실거리는데 무슨 선사 영골을 찾겠다는 것이냐??
점원스님은 말하였다.
?쓸데없이 애를 쓰네.?
태원의 부상좌는 말하였다.
?선사의 영골이 아직도 남아 있구나.?
〈송〉-------------------------------------------
토끼와 말은 뿔이 있고
소와 염소는 뿔이 없네
가는 털도 끊겨서
산과 같구나
황금빛 영골이 지금도 남아 있어
하늘 닿는 흰물결에 어디서 찾으랴
찾을 곳이 없어라
서천으로 돌아가다 잃어버린 신발 한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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