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혜스님이 하루는 이렇게 말하였다.
"여기에는 날마다 향상해 나가는 선이란 없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한번 튕긴 뒤, "만일 이 뜻을 안다면 당장에 법문을 끝내겠다"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요즘 어떤 종사들은 학인을 지도하면서 서너 차례 입실한 뒤에도 그의 경지를 분명히 가려내지 못하고 스스로 깨친 것을 말해보라고 한다. 다시 그에게 견처(見處)가 어떻느냐고 물으면 학인은 자신의 견처를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 도리어 네가 말할 수 없는데 내가 어떻게 너를 볼 수 있겠느냐고 하니, 이런 식으로 해서는 어떻게 학인을 지도하겠느냐?
곡천 대도(谷泉大道)선사가 자명사(慈明寺)에 간 이야기를 듣지도 못하였느냐? 자명선사가 곡천선사에게 물었다.
'조각구름 산골짜기에 피어나는데, 행각하는 이여, 어디에서 왔는가 〔片雲生谷口 遊人何處來〕'
곡천스님이 대답하였다.
'간밤에 어느곳에 불이나서 옛사람의 무덤을 태웠는고 〔夜來何處火 燒出古人墳〕'
자명스님이 '아직은 안되겠다. 다시 말하라' 하여 곡천선사가 대뜸 호랑이 울음소리를 내자 자명선사는 선사만이 임제 종풍을 이어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그들의 이와 같은 문답 몇 구절을 보면 어디에서 그들의경지를 볼 수 있을까? 모름지기 이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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