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허사리 수원에게 답함(1)
부처님께서는 “믿음은 도의 근원이고 공덕의 어머니이며, 일체의 모든 선법(善法)을 기른다.”고 말씀하셨으며 또한 “믿음은 지혜와 공덕을 길러주며 믿음은 반드시 여래지(如來地)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천리(千里)를 가고자 하면 한걸음이 시초가 됩니다.
십지보살(十地菩薩)이 장애를 끊고 법문(法門)을 증득한 것도 처음 열 가지 믿음을 따른 연후에 법운지(法雲地)에 올라 정각(正覺)을 이루나니, 처음 환희지(歡喜地)도 믿음으로 인해 환희가 생깁니다.
만약 확고하게 척추를 세우고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에 뛰어난 사람(沒量漢)이 되고자 할진대 마땅히 무쇠로 부어 만든 놈이라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반은 밝고 반은 어둡고,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는다면 결코 깨달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일은 인정(人情)이 없어 전하여 줄 수가 없으니 마땅히 스스로 깨달아 밝혀야 비로소 향상해 나갈 수 있는 부분(趣向分)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 다른 사람의 말로 판단을 하면 영겁토록 쉴 날이 없을 것이니 제발 하루 종일 가운데 헛되이 보내지 마십시오.
날마다 일어나 응(應)하여 쓰는 것이 원만하여 부처 달마와 더불어 조금도 다름이 없건만 스스로 본인이 보아 뚫지 못하고 투과하지도 못하고 온 몸을 나타난 현상 속에 뛰어들어 있으면서 도리어 이 속에서 벗어나기를 구하니 점점 교섭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일은 또한 오랫동안 선지식을 찾아뵙고 총림(叢林)을 두루 돌아다님에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다수가 총림에 있으면서 머리가 희어지고 이가 누렇게 되어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다수는 총림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어 한번 화두를 들고 모든 화두를 타파하는 사람이 있으니 발심은 선후(先後)가 있지만 마음을 깨침에는 선후가 없습니다.
옛날에 이문화(李文和) 도위(都尉)가 석문자조(石門慈照)선사를 찾아뵙고 한 마디 말에 깨치고 곧 모든 화두를 타파하고 일찍이 게송을 지어 자조스님에게 바쳐 이르되 ‘도를 배우는데는 마땅히 철로 된 놈이라야 마음에 손을 대면 곧 판단한다.
바로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얻고자 한다면 일체의 시비(是非)를 관여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오로지 생활 가운데 공부를 지어 나가되 죽어야만 곧 화두를 놓고 앞(과거)과 뒤(미래)를 생각하지 말아야 하며 또한 번뇌도 내지 말아야 합니다.
번뇌는 곧 도를 방해가 됩니다. 빌고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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