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조대제 도부에게 답함

 

편지를 보니 모든 것은 불성(佛性)을 다 갖추고 있음을 알았다고 하니 부처님께서는 “마음이 있는 자는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셨으니 이 마음은 세간의 번뇌하고 망상하는 마음이 아니라 무상(無上)의 대보리심(大菩提心)을 내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성불(成佛)하지 못할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사대부가 도를 배움에 대개가 스스로 장애를 만듦은 결정코 이루겠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이 또 말씀하시되 “믿음이란 도의 근원이며 공덕(功德)의 어머니이다. 일체의 모든 선한 법을 기르며 의심의 그물을 끊고 애욕의 물결을 벗어나 열반의 위없는 길을 열어 보여준다.” 또 이르시되 “믿음은 지혜와 공덕을 키우며 믿음은 반드시 여래지(如來地)에 이르게 할 수 있다.” 하셨습니다.

편지를 보니 근기가 둔하여 깨달을 수 없다면 또한 마음에 부처님의 종자(種子)를 심겠다고 하니 이 말이 비록 얕고 비근(卑近)하나 또한 깊고 원대합니다.

다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십시오. 반드시 당신을 속이지 않습니다.

요즘 도를 배우는 선비가 종종 느긋해야 하는 곳에는 도리어 급하게 하고 급하게 해야 할 곳에는 도리어 느긋하게 하니 방거사가 “하루아침에 죽음이 몸에 닥쳐오면 한번 종사(宗師)에게 묻겠는데, 이것이 무슨 시절입니까?” 하셨으니 어제의 일도 오늘에는 오히려 기억할 수 없는데 하물며 딴 생(生)의 일을 어찌 잊지 않는다고 하겠습니까?

결정코 금생에 깨달아 부처와 조사를 의심하지 않고 생(生)과 사(死)를 의심하지 않게 되고자 할진대 반드시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하며 생각 생각이 머리에 붙은 불을 끄는 것과 같이 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공부를 하는데 깨닫지 못할 때 비로소 근기(根機)가 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자리에서 스스로 이르되 나는 근기가 둔하여 금생에는 깨칠 수가 없으니 장차 불종자(佛種子)를 심고 인연(因緣)을 맺으리라하면 곧 이것은 가지도 않고 이르고자 하는 것이니 옳은 것이 못될 것입니다.

나는 매번 이 도를 믿는 자를 위하여 일상의 하루 가운데 점점 힘을 드는 것을 느낄 때가 곧 부처를 배워 힘을 얻는 곳이라고 설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힘을 얻은 곳은 다른 사람이 알 수 없으며 또한 끄집어내어 다른 사람에게 보일 수도 없는 것입니다.

혜능선사가 도명상좌에게 이르시되 “네가 만약 자기의 본래면목을 돌이켜 비추어 볼 수 있으면 밀의(密意)가 다 너에게 있다.”고 하심이 이것을 두고 한 말입니다.

밀의(密意)란 곧 일상의 힘을 얻은 곳이며 힘을 얻은 곳은 곧 힘을 든 곳입니다.

세간(世間)의 번잡한 일은 하나를 집어 들고 하나를 놓고 하는 것이 무궁무진하여 일상의 가운데 일찍이 서로 버리지 못함은 무시(無始)로부터 그것과 맺은 인연이 깊기 때문이고 반야의 지혜는 무시로부터 맺은 인연이 엷기 때문입니다.

문득 선지식이 법문하는 것을 듣고 한결같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끼니 만약 무시로부터 세간의 잡다하고 수고로운 인연이 엷고 반야의 인연이 깊다면 무슨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겠습니까!

다만 인연이 깊은 것은 놓아 엷게 하고 얕은 것은 놓아 깊게 하고 생소한 것은 놓아 익게 하고 익은 것은 놓아 생소하게 하십시오.

막 세상의 번잡하고 수고로운 일을 생각한다고 느끼면 애써 물리치려고 하지 말고 다만 생각하는 곳에서 가볍게 화두를 굴린다면 무한한 힘을 들 것이고 또한 무한한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청컨대 당신은 다만 이와 같이 공부를 짓되 마음을 깨닫기를 기다리는데 두지 않는다면 문득 스스로 깨달아 버릴 것입니다.

참정공과 아마도 매일 서로 만날 터인데 바둑을 두는 것 이외에 또한 일찍이 그와 더불어 이러한 일을 이야기했습니까?

만약 바둑만 두고 이러한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다만 바둑을 두기 전에 바둑판과 바둑알을 제쳐 두고 다시 그에게 마음을 찾는 것을 물으십시오.

만약 찾아주지 못한다면 이는 진실로 둔한 근기의 사람일 것입니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

'참선의길잡이 > 대혜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 허사리 수원에게 답함(2)  (49) 2024.05.05
20. 허사리 수원에게 답함(1)  (37) 2024.05.05
18. 진소경 계임에게 답함(2)  (34) 2024.05.05
17. 진소경 계임에게 답함(1)  (35) 2024.05.04
16. 이참정 별지  (33) 2024.05.04
Posted by 붓다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