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이참정 별지
부추밀(富樞密)이 근래에 삼구(三衢)에 있을 때에 일찍이 편지를 보내와 도를 묻거늘 그러한 연유로 편지로 답장하여 말(落草)이 적지 않았는데 여전히 묵조(黙照)하는 곳에 있으니 반드시 삿된 스승이 귀신굴로 끌어들임을 당한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또 편지를 받아보니 고요히 앉는 것에 집착하여 좋다고 하니 묵조에 걸려 있음이 이와 같으니 어찌 바른 선을 참구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도 그의 편지에 답해 또 다시 누누이 일러 구업(口業)을 아끼지 아니하고 간절히 그에게 버리라고 했는데 또한 (그는) 생각을 돌이켜 일상 가운데 화두를 들고 있습니까?
옛 조사스님들께서는 “차라리 파계(破戒)를 수미산과 같이 할지언정 삿된 스승의 단 하나의 삿된 생각이라도 받음은 당하지 않겠다.”고 하셨으니 만약 겨자씨만큼이라도 정식(情識: 6식) 속에 있다면 마치 기름이 밀가루에 스며들면 영원히 뺄 수 없는 것과 같으니 부추밀이 이와 같은 경우입니다.
만약 그와 더불어 서로 보거든 그에게 답장한 편지를 한번보고 그것에 의거(依據)하여 방편을 지어서 이 사람을 구제해 주십시오.
사섭법(四攝法) 가운데 동사섭(同事攝)이 최고이니 그대는 마땅히 이 법문을 크게 열어서 그로 하여금 믿게 한다면 나의 힘을 반으로 들어줄 뿐 아니라 또한 그로 하여금 믿음이 생기게 하여 옛굴(묵조선)을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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