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제형이 벼슬을 그만두고 촉으로 돌아가는 길에 산중을 지나다가 오조스님에게 도를 물었는데 이야기 끝에 오조스님이 말하였다.
"제형은 어린시절에 소염시(小艶詩)를 읽어본 적이 있소? 그 시 가운데 두 구절은 제법 우리 불법과 가까운 데가 있습니다. "소옥아! 소옥아! 자주 부르지만 볼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랑이 내 목소리를 알아줬으면 함이다." 제형은 연신 네, 네, 하였고 오조스님은 자세히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때마침 원오스님이 밖에서 돌아와 곁에 모시고 섰다가 물었다. "듣자하니 스님께서 「소염시」를 인용하여 말씀하는데 제형이 그 말을 알아들었습니까?" "그는 소리만을 들었을 뿐이지." "단랑이 나의 목소리를 알아줬으면 하였는데 그가 그 소리를 들었다면 어찌하여 깨닫지 못했습니까?"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인가? 뜰 앞의의 잣나무니라. 앗!" 원오스님은 이 말에 갑자기 느낀 바 있어 방문을 나서니 닭이 홰에 날아올라 나래를 치며 우는 모습이 보였다. 이에 다시 "이것이야말로 그 소리가 아니겠느냐" 하고 드디어 소매 속에 향을 넣고 방장실에 들어가 자기가 깨달은 바를 말하니, 오조스님이 말하였다. "부처나 조사들의 큰 일이란 하열한 근기로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너의 기쁨을 도왔구나!" 그리고는 다시 산중 노스님들에게 "나의 시자가 선(禪)을 알았다."고 널리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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