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선사가 오조 스님 회하에 있을 때였다. 원오 스님이 '제일구에서 알아차리면 부처와 조사의 스승이 될 수 있고 제이구에서 알아차리면 인천의 스승이 될 수 있으며 제삼구에서 알아차리면 자신도 구제하지 못한다' 하신 임제대사의 말씀을 들어 설법한 적이 있었다. 하루는 불안스님이 원오스님에게 느닷없이, "내가 너에게 삼구를 보여 주겠다." 하고는 손가락을 꼽으면서 "이것은 제이구, 이것은 제삼구"하고는 곧장 달아나 버렸다. 원오스님이 이 일을 오조스님에게 말하니 오조스님은 "그거 좋구나!" 하였다. 불안스님은 마침내 오조스님을 하직하고 귀종사 진정스님을 뵈러 떠나갔는데 그후 오조스님이 원오스님에게 말하였다. "귀종은 파도가 거세고 큰 깃발을 휘둘러대는 수단을 쓴다. 청원이 그곳에 가더라도 반드시 그와 맞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며칠이 안되어 불안스님은 원오스님에게 서간을 보내왔다. "여기 귀종사에 와보니 우연찮게 그물에 구멍이 났다. 운거 청원수좌의 「회당화상 찬 (晦堂眞贊)」에, '소문엔 부귀를 누린다 하더니만 막상 보니 가난뱅이로군!' 하는 구절을 듣고 의심하였는데, 막상 그를 만나보니 그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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