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복 선스님은 자명스님의 으뜸제자이다. 당시 뛰어난 스님으로는 도오스님과 양기스님을 꼽았으나, 그들도 모두 선스님을 추앙하였다. 일찍이 금란사에 이르니, 가진스님은 자명스님을 친견했다는 자부심 때문에 천하에는 특별히 마음에 새겨둘만한 인물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선스님은 그와 이야기를 한 후 그가 아직 깨치지 못했음을 알고서 비웃었다. 하루는 두 사람이 산길을 걷다가 가진스님이 불법을 거론하면서 '기봉'을 발휘하자 선스님은 조약돌 하나를 주워 바위 위에 놓고서 말하였다. "그대가 여기에다 일전어(一轉語)를 놓는다면 그대가 자명스님을 친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겠다." 가진스님이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머뭇거리자 선스님은 큰 소리로 꾸짖었다. "머뭇거리며 생각하느라 '기봉'이 멈췄으니, 알음알이를 벗어나지도 못하였는데 어떻게 꿈엔들 노스님을 친견하였겠는가. 가거라!" 이에 가진스님은 매우 부끄러워하고 두렵게 생각하여 상화산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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