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혜남스님은 오랫동안 늑담회징스님에게 귀의하였는데, 회징스님은 그가 이미 깨쳤다 하여 분좌(分座) 설법케 하니, 남서기(南書記)의 명성은 일시에 자자하였다. 그러나 자명스님의 회하에 이르러 야참법문을 듣고 기세가 꺾여버렸다. '찾아가서 직접 물어보리라' 생각하고 세 차례나 침실 밖까지 찾아갔지만 세 차례 모두 더 나아가지 못하였다. 그러자 '장부가 의심이 있는데도 끊어버리지 못하면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개탄하고는 곧바로 자명스님을 찾아뵈었다. "저에게 의문이 있기에 성의를 다하여 결단을 구하오니, 스님께서는 큰 자비를 내리시어 법보시를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 "그대는 이미 대중을 거느리고 행각하여 선림에 명성이 자자하니, 깨닫지 못한 곳이 있다면 서로가 이야기하면 될 것인데 굳이 입실할 것까지야 있겠는가?" 스님이 재삼 간청하자 자명스님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운문삼돈봉(雲門三頓棒)의 인연에서 당시 동산스님은 실제로 몽둥이맛을 보아야 했을까, 그렇지 않았을까?" "실제로 몽둥이맛을 보아야 할 분수가 있었습니다." "서기의 견처(見處)가 그 정도라면 이 노승은 그대의 스승이 될 수도 있지!" 이에 자명스님은 절을 올리도록 하였으니 혜남스님이 평소 자부했던 바가 여기에서 꺾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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