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마음 깨치면 부처
황벽(黃檗: ?-850) 스님이 배휴(裵休:797-870)에게 말씀하셨
다.
"모든 부처님과 일체 중생은 한마음일 뿐 거기에 다른 어
떤 법도 없다. 이마음은 본래로부터 생기거나 없어진 적이 없
으며, 푸르거나 누렇지도 않다. 정해진 틀이나 모양도 없으며,
있고 없음에 속하지도 않고, 새롭거나 낡음을 따질 수도 없
다. 또한 길거나 짧지도 않고, 크거나 작지도 않다. 그것은 모
든 한계와 분량, 개념과 언어, 자취와 상대성을 뛰어 넘어 바
로 그몸 그대로 일 뿐이다. 그러므로 생각을 움직였다 하면
곧 어긋나 버린다. 이것은 마치 허공과 같아서 끝이 없으며
재어볼 수도 없다. 이 한마음 그대로가 부처일 뿐이니 부처와
중생이 새삼스레 다를 바가 없다. 중생은 다만 모양에 집착하
여 밖에서 구하므로, 구하면 구할수록 점점 더 잃는 것이다.
부처에게 부처를 찾게하고 마음으로 마음을 붙잡는다면, 겁
(劫)이 지나고 몸이 다하더라도 바라는 것은 얻을 수 없는 것
이다. 그런데도 중생들은 마음을 쉬고 생각을 잊어 버리면 부
처가 저절로 눈앞에 나타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이 마음
그대로가 부처이고, 부처가 곧 중생이다. 그러므로중생이라
해서 마음이 줄지 않고, 부처라 해서 더 늘지도 않는다. 또한
6도만행과 항하사 같은 공덕이 본래 그자체에 갖추어져 있어
서, 닦아서 보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연을 만나면 곧 베
풀고, 인연이 그치면 그대로 고요하나니, 만일 이것이 부처임
을 결정코 믿질 않고 겉모습에 집착하여 수행하려 하고, 그것
으로써 공부를 삼는다면 그 모두가 망상일 뿐 도와는 서로
어긋나게 된다.
이 마음이 곧 부처요 다시 다른 부처가 없으며, 또한 다른
어떤 마음도 없다. 이 마음은 허공같이 밝고 깨끗하여 어떤
모습도 하고 있지않다. 그러므로 마음을 일으켜 생각을 움직
이면 법의 몸[法體]과 어긋나는 동시에 모양에 집착하게 된
다. 비롯없는 옛날로부터 모양에 집착한 부처란 없다. 또한
육도만행을 닦아서 부처가 되고자 한다면 곧 차제(次第)* 를
두는 것이니, 차제있는 부처란 본래로 없다.
한마음 깨치면 다시 더 작은 법도 얻을것이 없으니, 이것이
야말로 참된 부처이다. 부처와 중생은 한 마음으로 다름없음
이 허공과 같아서, 그것에는 잡됨도 무너짐도 없고, 온누리를
비추는 햇살과도 같다. 해가 떠올라 온 천하가 두루 밝아질
때라도 허공은 한번도 밝은 적이 없으며, 해가 져서 어둠이
온천하를 덮을지라도 허공은 어두웠던 적이없다. 이렇게 밝고
어두운 경계가 서로 번갈아 바뀐다 해도 허공의 성품은 툭
트이어 변하지 않는 것이니, 부처와 중생의 마음도 꼭 이와같
다. 만약 부처를 관(觀)하면서 깨끗하고 밝으며 속박을 벗어
났으리라는 생각을 떠올린다든가, 중생은 때묻고 어두우며 생
사의 고통이 있으리라는 관념을 버리지 못한다고 해보자. 이
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수많은 세월이 지나더라도 깨닫지 못
할 것인데, 이는 모양에 집착하기 때문에 그런것이다. 오직
이 한 마음일 뿐, 거기에 티끌만큼의 어떤 법도 있을 수 없으
니, 이 마음 그대로가 곧 부처다. 그런데 지금 도를 배우는
이들은 이 마음 바탕을 깨닫지 모하고 문득 마음에서 마음을
내고 밖에서 부처를 구하면 모양에 집착하여 수행을 하고 있
으니, 모두가 악법이지 깨닫는 도가 아니다."
Posted by 붓다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