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마음을 잊어버림
9월 1일 대사께서는 배휴에게 말씀하셨다.
"달마스님께서는 중국에 오신 이후로 오로지 한 마음만을
말씀하셨고 한 법만을 전하셨다. 도한 부처로써 부처에게 전
하실 뿐 다른 부처는 말씀하지 않으셨고, 법으로써 법을 전하
시고 다른 법을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법이란 설명될 수 없는
법이며, 부처란 취할 수 없는 부처로서 본래 근원이 청정한
마음이다. 오직 이 일승(一乘)만이 사실이고, 나머지 이승(二
乘)은 참됨이 아니다.
반야는 지혜라는 뜻으로서, 모양이 없는 본래 마음이다. 범
부는 도(道)에 나아가지 않고 단지 육정(六情)만을 함부로 하
여 육도(六道)에 빠져 방황한다. 도를 배우는 사람이 한 생각
모든 견해를 일으키면 곧바로 외도에 떨어진다. 또한 남(生)
이 있음을 보고 없어짐으로 나아가면 성문도(聲聞道)에 떨어
지고, 남(生)이 있음을 보지 않고 오로지 없어짐만을 보면 연
각도(緣覺道)에 떨어진다. 법은 본시 남(生)이 없으므로 이제
또한 없어짐도 없으니, 이 두 견해를 일으키지 않아서 싫어
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으며 일체의 모든 법이 오직 한 마음이
어야만 그런 다음에 불승(佛乘)이 된다. 범부는 모두가 경계
를 좇아 마음을 내서 좋고 싫음이 있다. 만일 경계가 없기를
바란다면 그 마음을 잊어야 하고, 마음을 잊으면 경계가 텅
비며, 경계가 공적하면 곧 마음이 없어지느리라. 만약 마음을
잊지 못하고 경계만을 없애려 한다면, 경계는 없어지지 않으
면서 오히려 분잡히 시끄러움만 더할 뿐이다. 그러므로 만법
은 오직 마음일 뿐이며, 그 마음 조차도 얻을 수 없는데 다시
무엇을 구하겠느냐? 반야를 배우는 사람이 얻을 만한 어떤
법도 없는 줄 알게 되면, 삼승(三乘)에는 뜻이 끊어져 오직
하나의 진실뿐이다. 증득하여 깨달았다고 할 것이 없는 자리
인데도 '나는 깨달았노라'고 한다면, 모두가 증상만(增上慢)을
내는 사람이다. <법화경>회상에서 옷을 떨치고 나가버린 사
람들이 모두가 이러한 무리들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있어서 실로 얻었다 할 것이 없
다'고 하셨으니, 그저 묵묵히 계합할 따름이다.
범부 중생들은 다만 죽는 순간에 오온(五蘊)이 모조리 비고
사대(四大)는 '나(我)'가 없음을 본다. 그러나 참된 마음은 모
양이 없어서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다. 태어 났다고 해서
성품이 오는 것이 아니고 죽었다고 해서 성품이 가는 것이
아니다. 담연히 둥글고 고요하여 마음과 경계가 한결같다. 이
렇게 될 수만 있다면 그 자리에서 단박 깨쳐 삼세에 얽매이
지 않는 것이니, 곧 세간을 뛰어넘은 사람이다. 털끝만큼이라
도 나아가는 향방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만일 모든 부처
님께서 맞이해 주시는 것 같은 가지가지 신기한 모습을 보게
될지라도 역시 마음에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다만 스스로 마
음을 잊고서 법계와 같아지면, 바로 자재(自在)를 얻은 것이
니, 이것이 곧 요긴한 대목이다."
Posted by 붓다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