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2.

조사어록/마조록 2008. 8. 8. 11:28

시중 2.

어떤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도를 닦는 것입니까?"

"도는 닦는 데 속하지 않는다. 닦아서 체득한다면 닦아서 이루었

으니 다시 부서져 성문(聲聞)과 같아질 것이며, 닦지 않는다 하면 그

냥 범부이다."

다시 물었다.

"어떻게 이해해야 도를 깨칠 수 있겠습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성(自性)은 본래 완전하니 선이다 악이다 하는 데 막히지 않기

만 하면 도 닦는 사람(修道人)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선은 취하고

악은 버리며 공(共)을 관찰하여 선정에 들어가면 바로 유위(有爲)에

떨어진다 하겠다. 게다가 밖으로 치달아 구하면 더더욱 멀어질 뿐이

니 3계의 심량(心量)을 다 없애도록만 하라. 한 생각 망념이 3계 생

사의 근본이니, 일념이 없기만 하면 즉시 생사의 근본이 없어지며

부처님(法王)의 위 없는 진귀한 보배를 얻게 될 것이다.

무량겁(無量劫) 이래로 범부는 망상심, 즉 거짓과 삿됨, 아만(我慢)

과 뽐냄이 합하여 한덩어리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경에서 말하기를,

'여러 법이 모여 이 몸을 이루었기 때문에 일어날 때는 법만 일어날

뿐이며, 면할 때도 법만 멸할 뿐이다'하였다. 그러므로 이 법이 일어

날때 내(我)가 일어난다 하지 않으며, 멸할 때도 내가 멸한다 하진

않는다.

전념(前念).후념(後念).중념(中念)이 생각생각 서로 의지하지 않아

서 생각생각 고요함(寂滅)을 해인삼매(海人三昧)라고 부르는데, 그것

은 일체법을 다 포섭한다. 마치 백천 갈래 물줄

기가 함께 큰 바다로 모여들면 모두 바닷물이라 이름하는 것과도 같

다. 한 맛(一味)에 여러 맛이 녹아 있고 큰 바다에 모든 물줄기가 섞

여드니, 마치 큰 바다에서 목욕을 하면 모든 물을 다 쓰는 것과도

같다.

그러므로 성문은 깨달았다 미혹해지고 범부는 미혹에서 깨달는다.

성문은 성인의 마음에는 본래 수행지위.인과.계급 등 헤아리는 망상

이 없음을 모른다. 그리하여 인(因)을 닦아 과(果)를 얻고, 8만겁(八

萬劫).2만겁(二萬劫) 동안을 공정(公定)에 안주하니, 비록 깨닫긴 했

으나 깨닫고 나서는 다시 미혹한 것이다. 또한 모든 보살은 저 지옥

고통을 보면 공적함(空寂)에 빠져 불성을 보지 못한다. 상근기 중생

이라면 홀연히 선지식의 가르침을 만나 말끝에 깨닫고 다시는 계급

과 지위를 거치지 않고서 본성을 단박에 깨닫는다. 그러므로 경에서

'범부에게서는 엎치락뒤치락하는 마음이 있지만 성문에게는 그것이

없다' 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미혹에 상대하여 깨달음을 설명하였지

만 본래 미혹이 없으므로 깨달음도 성립되지 않는다.

일체 중생들은 무량겁 이래로 법성삼매(法性三昧)를 벗어나지 않

고 영원히 그 가운데 있다. 그러므로 옷 입고 밥 먹으며 말하고 대

꾸하는 6근(六根)의 작용과 모든 행위가 모조리 법성이다. 그러나

근원으로 돌아갈 줄 모르고서 명상(名相)을 좇으므로 미혹한 생각

(情)이 허망하게 일어나 갖가지 업(業)을 지으니, 가령 한 생각 돌이

켜본다면(返照) 그대로가 성인의 마음이다.

여러분은 각자 자기 마음을 깨치면 될 뿐 내 말을 기억하지

말라. 설사 항하사만큼 도리를 잘 설명한다 해도 그 마음은 늘지 않

으며, 설명하지 못한다 해도 그 마음은 줄지 않는다. 또한 설명을 해

도 그대들의 마음이며, 설명하지 못해도 그대들의 마음이다. 또 몸을

나누고 빛을 놓으며 18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낸다 해도 나에게 불꺼

진 재를 갖다 주느니만 못하다. 장마비가 지난 뒤 꺼진 재에 불기가

없는 것은 성문이 허망하게 인을 닦아 과를 얻음에 비유할 만하며,

장마비가 아직 지나지 않아 꺼진 재에 불기운이 있는 것은 보살의

도업(道業)이 순수하게 익어 모든 악에 물들지 않음을 비유할 만하

다.

만일 여래의 방편인 삼장(三長)의 가르침을 말하자면, 쇠사슬같이

끊김이 없어 항하사겁토록 설명해도 다하지 못하게지만, 부처님의

마음을 깨닫는다면 아무 일도 없게 된다. 오랜동안 서 있었으니 이

만 몸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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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붓다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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