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변 7.
석공 혜장(石鞏慧藏)스님은 출가 전에 본래 사냥을 일삼았으며 사
문을 싫어하였다. 한번은 사슴떼를 쫓다가 마침 스님의 암자 앞을
지나게 되었다. 스님이 그를 맞이하자 그는 물었다.
"스님은 사슴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지요?"
"그대는 무얼하는 사람이냐?"
"사냥꾼입니다."
"활을 쏠 줄 아는가?"
"쏠 줄 압니다."
"화살 한 발로 몇 마리를 잡는냐?"
"한 발로 한 마리를 잡습니다."
"활을 쏠 줄 모르는구나."
"스님께선 활을 쏠 줄 아십니까?"
"쏠 줄 알지."
"스님께서는 화살 한 발로 몇 마리나 잡으십니까?"
"한 발로 한 떼를 다 잡는다네."
"저놈들도 생명입니다. 무엇 때문에 한 떼나 잡겠습니까?"
"그대가 그런 줄 안다면 왜 스스로를 쏘지 않느냐?"
"저더러 스스로 쏘라 하신다면 쏘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스님께서 호통을 쳤다.
"이놈! 광겁(曠劫)의 무명번뇌(無名煩惱)를 오늘 단박 쉬도록 하
라."
그는 그 자리에서 활과 화살을 꺾어버리고 스스로 칼로 머리카락
을 자르더니 스님께 출가하였다.
하루는 부엌에서 일을 하는데 스님께서 물으셨다.
"무얼 하느냐?"
"소를 칩니다."
"어떻게 치는데?"
"한 차례 풀밭으로 들어가면 바로 콧구멍을 꿰어 끌고옵니다."
"그야말로 소를 잘 먹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