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감변 3.
어느날 공양 끝에 한 스님이 와서 몸가짐을 가다듬고 법당으로 올
라와 스님께 인사를 하니, 스님께서 물었다.
"지난밤엔 어디에 있었는가?"
"산 밑에 있었습니다."
"밥은 먹었는가?"
"아직 먹지 않았습니다."
"광에 가서 밥을 찾아 먹어라."
그 스님은 대답하고 광으로 갔다. 그때 백장(百丈)스님이 전좌(典
座) 소임을 맡았었는데 선뜻 자기 몫을 나누어 주어 공양케 하니,
그는 밥을 다 먹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백장스님이 법당으로 올라가니, 스님께서 물었다.
"아까 밥을 먹지 못한 스님이 있었는데 공양 좀 주었는가?"
"예, 벌써 공양을 마쳤습니다."
"그대는 뒷날 무량한 복을 받는 사람이 될 것이다."
"스님께선 어째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그는 벽지불(벽支佛)의 지위에 이른 스님이기 때문이다."
"스님께서는 범인(凡人)으로서 어찌하여 벽지불의 절을 받으셨습
니까?"
"신통변화로는 그렇지만 불법 한마디 하는 데는 나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