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 알 만한 대지
【제005칙】
〈수시〉-------------------------------------------
근본적 가르침을 굳게 세우려면, 영특한 사람이어야만 한다.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는 되어야,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성불시켜 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영특한 사람은 상대방의 능력을 알아채는 것과 거기에 알맞은 대응수단을 쓰는 것을 동시에 하며, 펴고 말고 죽이고 살리며 주고 빼앗는 것을 마음대로 하며, 유(有)에 구애되지 않고 공(空)에 얽혀 있지 않으며, 이치와 실생활에 조금의 차이도 없이 병행해 나간다. 가령 한 걸음 양보하여 제이의적인 입장에 섰다가도, 곧바로 문자어구들을 끊어버린다면, 초심자들은 전혀 머무를 데가 없어지고 만다. 어제 그런 소리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해도, 오늘도 이런 소리하고 있으니 내 죄가 하늘에 닿을 만하다. 여기 만일 눈밝은 자가 있다면, 이 원오와 설봉을 조금도 업신여기지는 못할 것이다. 만약 눈밝지 않다면 호랑이 아가리 속에 몸을 눕힌 것과도 같이 몸을 망치고 목숨 잃음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본칙〉-------------------------------------------
설봉스님이 대중에게 말하였다.
?온 대지를 쥐어 들면 좁쌀 만하구나. 이를 면전에다 던져도 새까만 칠통 같아 알지 못하네. 보청고 북을 치고 모두들 찾아보도록 하여라.?
〈송〉-------------------------------------------
우두도 마두도 모습을 감추었고
조계의 거울에는 티끌 하나 없네
북치고 찾으라 하나 그대들은 못 보리
봄 맞은 갖은 꽃들 누굴 위해 피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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