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놈만 팬다



【제075칙】



〈수시〉-------------------------------------------


반야의 지검을 언제나 눈 앞에 드러내 놓고 있는 사람은 남을 죽이는 것도 살리는 일도 때와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서, 손에 꼭 잡고 마음대로 휘두르거나 내던져 버리거나 제 뜻대로이다. 자 말해 보아라. 너와 나라는 차별에 빠지지 않고 서로의 상대적인 견해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본칙〉-------------------------------------------


어느 스님이 정주스님의 회하에 있다가 오구스님을 찾아오자, 오구스님이 물었다.


?정주스님의 가르침은 이곳과 무엇이 다르냐??


?다르지 않습니다.?


?다르지 않다면 다시 그에게로 가거라.?


그리고는 대뜸 후려쳤다. 그러자 그 스님이 말하였다.


?방망이 끝에 눈이 있습니다. 사람을 함부로 쳐서는 안 됩니다.?


오구스님이 말하였다.


?오늘은 한 놈만 친다?


그리고는 또 다시 세 차례를 후려치자, 스님이 나가버렸다.


오구스님이 말하였다.


?억울한 방망이를 얻어맞는 놈이 있기는 있었구나.?


스님이 몸을 돌리면서 말하였다.


?국자 자루가 스님의 손아귀에 있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서 오구스님의 손에 있던 방망이를 빼앗아 세 차례 후려치니, 오구스님은 말하였다.


?억울한 매로구나, 억울한 매야.?


?누가 맞고 있습니까??


?경솔하게 치는 놈이구나.?


스님이 문득 절을 올리자, 오구스님이 말하였다.


?그러면 그렇지.?


스님이 큰 소리로 웃고 밖으로 나가자, 오구스님은 말하였다.


?이럴 수가, 이렇게 할 수 있다니 ?



〈송〉-------------------------------------------


부르기는 쉬워도 주기는 어렵다네


일대 일의 선기 자세히 보라


굳은 반석도 언젠가는 부서지고


깊은 바닷물도 언젠가는 마르리


오구여, 오구 늙은이여


그 누가 무모하게 몽둥이를 내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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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붓다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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