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었느냐
【제076칙】
〈수시〉-------------------------------------------
우리의 본심은 아주 작다고 보면 싸라기 같고, 아주 차갑다고 보면 어름이나 서리처럼 차갑다. 그러나 넓게 보면 온 누리에 가득 차 있어서 밝음이나 어둠 따위를 초월한다. 낮고 낮은 밑바닥, 즉 미혹으로 찬 범부의 세계에도 본심 본성 곧, 여래의 지혜덕상은 넘치고 있고 높고 높은 곳, 즉 부처나 깨달은 자라도 범부보다 더 많은 것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또 긍정도 부정도 모두 이 우주 절대의 진리 속에 있다. 과연 이러한 진리를 깨달은 자가 있느냐 없느냐?
〈본칙〉-------------------------------------------
단하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느 곳에서 왔느냐??
?산밑에서 왔습니다?
?밥은 먹었느냐??
?먹었습니다?
?너에게 밥을 먹여준 사람은 안목을 갖추었느냐??
스님은 말이 없었다.
장경스님이 보복스님에게 물었다.
?밥을 먹여주었으니, 은혜를 갚을 만한 자격이 있는데, 무엇 때문에 안목을 갖추지 못했다고 하였을까??
?주는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나 둘 다 장님이다.?
?그 기틀을 다하여도 장님이 되었을까??
?나를 장님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송〉-------------------------------------------
애썼다느니 장님이 아니라느니
소 머리 눌러 풀 먹이는 꼴이네
많고 많은 조사들 어쩌자고
바리떼들은 들고 왔는가
그 잘못 헤아릴 수가 없으니
온 세상 모두 그 때문에 고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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