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85칙】
〈수시〉-------------------------------------------
온 세상을 움켜쥔 채 털끝만큼도 새어나가지 않게 하고, 세상 사람 어느 누구도 끽소리 못하게 말문을 막아 버릴 수 있어야 중의 올바른 행동이라 한다. 지혜의 대광명으로 모든 존재를 밝게 비추어 그 진상을 알아내야만 금강안을 지닌 중이라 한다. 쇠를 금으로 바꾸고 금을 쇠로 바꾸는 사로잡고 놓아주는 솜씨가 있어야 중도 주장자를 든 보람이 있다고 한다. 천하 사람의 말문을 꽉 막아버려서 감히 한 마디도 못 꺼내게 하여 삼천리 밖으로 내쫓을 수 있어야 중의 도량이 있다고 한다. 이상과 같은 일을 전혀 못한다면 대체 그런 자를 뭐라고 해야 하겠느냐?
〈본칙〉-------------------------------------------
어느 스님이 동봉암주의 처소에 이르러 물었다.
?여기에서 느닷없이 호랑이를 만났을 때는 어찌해야 합니까??
암주가 대뜸 호랑이 울음소리를 내자, 스님은 바로 겁먹은 시늉을 하였다. 암주가 껄껄대며 크게 웃자, 스님이 말하였다.
?이 도적아!?
?노승을 어떻게 하겠느냐.?
스님은 어쩌지 못하였다.
(설두스님은 말하였다.?옳기는 옳지만, 어리석은 도둑처럼 자신의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칠 줄만 아는구나.?)
〈송〉-------------------------------------------
제 때에 안 가지면 아뿔사 천리일세
얼룩무늬 호랑이 이빨 발톱 아직 없네
그대도 알리라 대웅산 밑 두 호랑이
우렁찬 목소리와 모습 천지를 흔들어
그대 정녕 아는가
호랑이 꼬리와 수염 한 손에 움켜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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