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98칙】
〈수시〉-------------------------------------------
요즘 곧잘 하안거 같은 법회 때 시끄럽게 쓸데없는 수작만 늘어놓고 있는데 거의 모든 수행자들이 그것을 괴롭게 여기고 있다. 금강의 보검으로 닥치는 대로 베어 버려야 비로소 그런 짓들이 아무 소용없음을 깨닫게 된다. 자, 말해 보아라. 그 금강의 보검이란 어떤 것인지를! 눈들을 치뜨고 그 보검의 빼어 든 날을 한 번 보아라.
〈본칙〉-------------------------------------------
천평스님이 행각할 때 서원스님을 참방하여 보통 때처럼 말하였다.
?불법을 안다 말하지 말아라. ?그것?을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아도 없구나.?
하루는 서원스님이 멀리서 바라보고 그를 부르며 말하였다.
?종의야!?
천평스님이 머리를 들자, 서원스님이 말하였다.
?틀렸어.?
천평스님이 두세 걸음을 걸어가자, 서원스님은 또다시 말하였다.
?틀렸어.?
천평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다가서자, 서원스님은 말하였다.
?조금 전에 두 번 ?틀렸어?라고 말하였는데 서원이 틀렸느냐, 상좌가 틀렸느냐??
?제가 틀렸습니다?
서원스님은 또다시 말하였다.
?틀렸어.?
천평스님이 그만두려 하자, 서원스님이 말하였다.
?우선 여기에 머물며 여름 결제를 지내면서 상좌와 함께 이 두 번 틀렸다는 것을 생각해 보도록 하자.?
천평스님은 곧바로 떠나버렸다. 그 뒤 사원에 주석하면서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처음 행각할 때 업풍에 끌려 사명장로의 처소에 찾아갔더니, 연이어 두 번이나 ?틀렸어?라고 말한 뒤 나에게 그곳에 머물면서 여름 결제를 보내며 함께 생각해 보자고 하였다. 나는 그때는 틀렸다는 것을 몰랐지만 내가 그곳을 떠나 남방으로 떠날 때 비로소 틀려버린 것임을 알았다.?
〈송〉-------------------------------------------
부끄럽다. 선의 가문
경박한 그 따위짓 골라서 하려드니
자랑스런 그 불법
배 속에 가득한들 무슨 소용 있는가
가련한 녀석일세
우스운 놈이라네 저 늙은 천평화상
애당초 행각한 게 잘못이었다니
그 따위론 안될 걸세 답답한 천평 노인
서원의 그 맑은 바람 시원한 줄 왜 모르나
(한 중이 문득 나서 ?안되겠소.? 한다면 설두는 말하리라. ?나의 이 안 된다와 천평의 한마디가 과연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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