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이참정에게 답함
편지를 받은 후에 더욱 우러러봅니다.
날마다 인연을 따라 자유자재하여 뜻과 같이 자재(自在)한지 모르겠습니다.
사위의(四威儀) 가운데 번뇌에 끄달림을 당하지는 않습니까?
잠자고 일어남에 일여(一如)합니까?
옛것을 따르되 거기에 집착하지는 않습니까?
생사심(生死心)이 이어지지 않습니까?
다만 번뇌의 마음을 다 없앨 뿐이지 별도로 특별한 깨달음은 없는 것입니다.
그대는 이미 한 번 웃음에 바른 눈을 활짝 열고 소식(깨달았다고 하는 생각)도 곧 잊었으니, 힘을 얻고 얻지 못했다함은 마치 사람이 물을 마심에 차고 더운 것을 스스로 아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상 속에 마땅히 부처님의 말씀을 따라 음욕을 없애고 음욕을 발생시키는 요인을 없애 현재의 업을 등지는 것이 곧 일을 마친 사람의 방편 없는 가운데 진실한 방편이며 닦아 증득함이 없는 가운데 진실로 증득한 것이고 취하고 버림이 없는 가운데 진실로 취사(取捨)하는 것입니다.
고덕(古德)이 “피부가 다 떨어져 나가도 하나의 진실함이 있음이요, 또한 전단(栴檀)의 무성한 가지가 다 떨어져 나가도 오직 진실한 전단이 있다.”고 하셨으니 이것이 현재의 업을 등지고 조인(助因)을 없애고 정성(正性)을 베어 버리는 극치인 것입니다.
그대는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이와 같은 이야기도 일을 마친 사람의 분상에는 대개 한 자루의 겨울 부채와 같을 것입니다만 남쪽에 춥고 더움이 일정하지가 않아 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번 우스개 소리를 해 보았습니다.
'참선의길잡이 > 대혜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 부추밀 계신에게 답함(1) (61) | 2024.05.03 |
---|---|
12. 강급사 소명에게 답함 (40) | 2024.05.03 |
10. 이참정의 묻는 편지 (45) | 2024.05.03 |
9. 이참정에게 답함 (58) | 2024.05.02 |
8. 이참정 한로의 묻는 글 (46) | 2024.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