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공이 대사께 물었다.
"어떻게 해야 수행의 등급에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종일토록 밥을 먹되 일찍이 한 톨의 쌀알도 씹은 바가 없으며,
종일토록 걸어다니지만 일찍이 한 조각의 땅도 밟은 바가 없다. 이
러할 때에 나와 남 등의 구별이 사라져, 종일토록 갖가지 일을 하면
서도 그 경계에 현혹되지 않아야만 비로소 자유자재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생각생각 모든 모양을 보지 않아서 앞뒤의 3제(三際)를 헤
아리지 말라. 과거는 감이 없으며 현재는 머무름이 없고 미래는 옴
이 없으니, 편안하고 단엄하게 앉아 움직이는 대로 내맡겨 얽매이지
않아야만 비로소 해탈했다고 할 수 있다. 노력하고 또 노력하라. 이
문중의 천 사람 만 사람 가운데서도 오로지 서너명만이 얻었을 뿐이
니라. 만약 도 닦기를 일삼지 않는다면 재앙을 받을 날이 있느니라.
그러므로 이르기를, '힘을 다하여 모름지기 금생에 도업을 마칠 것이
요, 뉘라서 누겁토록 나머지 재앙을 받겠는가?'라고 하였느니라."
스님께서는 당(唐) 대중(大中 ; 847-859)년간에 본주(本州) 황벽산
에서 세연을 마치셨다. 선종(宣宗) 황제가 단제선사(斷際禪師)라고
시호를 내리고 탑호는 광업(廣業)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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