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공이 대사께 물었다.
"'내가 옛날 가리왕에게 몸뚱이가 토막토막 잘리었다'는 경우는
어떤 것입니까?"
"선인(仙人)이란 곧 너의 마음이며, 가리왕이란 구하기를 좋아하
는 마음이니라. 그리고 왕위를 지키지 않는다고 함은 이로움을 탐하
는 마음이니라. 그런데 요사이 공부하는 이들이 덕과 공을 쌓지는
않고, 보는 것마다 배워서 알려고 하니 가리왕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물질을 볼 때는 선인의 눈을 멀게 하고, 소리를 들을 때는 선인의
귀를 먹게 한다. 나아가 무엇을 느껴 알 때에도 또한 이와 같아서,
마디마디 갈기갈기 찢겨진다고 한 것이니라."
"선인이 참을 때는 마디마디 갈기갈기 찢김이 없어서, 한 마음으
로 참았느니 혹은 참지 않앗느니 하는 말은 가당치 않겠습니다."
"네가 남이 없는 견해[無生見]을 내어서, 인욕을 닦는 견해거나 구
할 것이 없다는 견해를 내는 것은 모두 손상을 주는 것이니라."
"선인도 몸을 잘리울 때 아품을 느낍니까? 만약 이런 가운데 고
통을 받는 사람이 없다면 누가 고통을 받습니까?"
"네가 이미 고통받을 것이 없다면 나타나서 도대체 무엇을 찾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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