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한 마음의 법 가운데서 방편으로 장엄하다

배상공이 대사께 물었다.
"성문이 3계에서는 모습을 감추지만, 보리에 있어 감추지 못하는
까닭은 어찌된 것입니까?"
"여기서 말한 모습이란 바탕이니라. 성문들이 다만 3계의 견도혹
(見道惑)과 수도혹(修道惑)을 끊을 수 있어 이미 번뇌를 여의긴 하
였으나, 보리에 있어서는 모습을 감추지 못한 까닭이니라. 그래서 보
리 가운데서 마왕에게 붙들리어 숲 속에 앉아 있으면서, 도리어 보
리를 미세하게 본다는 마음을 내는 것이니라. 그런데 보살들은 3계
와 보리에 있어서 결정코 버리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느니라. 취하지
않으므로 7대(七大)가운데서 그를 찾아도 찾지 못하고, 버리지않으므
로 외도, 마구니가 그를 찾아도 찾지 못한다. 네 다만 한 법에라도
집착하려 하면 흔적[印子]이 벌써 생기게 된다. 있음[有]에다 도장을
찍으면 곧 6도, 4생의 무늬가 나오고, 공(空)에다 도장을 찍으면 곧
모양 없는 무늬가 나타나느니라. 만약 모든 사물에 도장을 찍지 않
으면, 이 도장은 허공과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어서, 공(空)이 본
래 공이 아니고 도장이 본래 있는 것이 아닌 줄을 다만 알지니라.
시방 허공 세계의 모든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심은 번갯불을 보
는 것과 같으며, 꿈틀거리는 모든 벌레를 보는 것은 메아리와 마찬
가지이며, 시방의 셀 수 없는 많은 국토를 보는 것은 흡사 바다 가
운데 한 방울 물과 같은 것이다. 매우 기폭 깊은 법문을 듣더라도
허깨비와 같아서, 마음과 마음이 다르지 않으며, 법과 법이 서로 다
르지 않고, 나아가 천만 가지의 경론(經論)이 오로지 너의 한 마음
때문이니라. 모든 모양을 결코 취하지 않으므로, 말하기를 '이와 같
은 한 마음 속에서 방편으로 부지런히 장엄한다'고 하였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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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붓다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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