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공이 대사께 물었다.
"유마거사가 잠자코 있으니 문수보살이 찬탄하기를 '이것이야말로
둘 아닌 법문[不二法門]에 드는 것이로다'했는데, 이것은 무슨 뜻입
니까?"
"둘 아닌 법문이란 바로 너의 본 마음이니라. 그러니 법을 설했느
니 혹은 설하지 않았느니 하는 것은 기멸(起滅)이 있는 것이다. 말
없을 때에는 나타내 보인 것이 없으므로 문수보살이 찬탄한 것이니
라."
"유마거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 소리가 단멸된 것이 아닙
니까?"
"말이 곧 침묵이고 침묵이 그대로 말이다. 말과 침묵이 둘이 아니
기 때문에 소리의 실제 성품도 역시 단멸이 없다고 하는 것이니라.
문수보살이 본래 들음[本聞]도 역시 단멸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래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일찌기 말하지 않은 때가 없다'고 하
신 것은 여래의 말씀이 곧 법이요 법이 곧 말씀이니, 법과 말씀이
둘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나아가 보신, 화신, 보살, 성문과 산하대지
와 물, 새, 수풀이 일시에 법을 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도 설법
이고 침묵도 설법이어서, 종일 설법하나 일찍이 설한 바가 없다. 이
미 이와 같다면 말없음으로서 근본을 삼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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