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오․불안․불감 세 선사가 오조스님의 회하에 함께 있을 때였다. 어느 날은 셋이서 '노스님은 그저 무미건조하기만 해서 이따금씩 마음이니 성품이니 마저 설법하지 않으신다'하고는 '불신은 하는 일이 없고 어느 범위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한 것으로 법문을 청하니 오조스님이 말하였다. "비유하자면 맑은 마니주가 오색을 비추는 것과 같으니, 오색은 범위이고 마니주는 불신이다." 원오선사가 두 선사에게 말하였다. "스님은 대단히 설법을 잘하신다. 우리는 설법할 때 매우 힘이 들지만 스님은 한두 마디로 끝내 버리니 분명 그는 한 마리의 늙은 호랑이다." 오조스님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서, 만일 마음이니 성품이니를 설법하면 구업짓는 것이라 하고 다시 말씀하였다. "고양이는 피를 핥는 공덕이 있고 범은 주검을 일으켜 세우는 공덕이 있다. 선이란 이른 바 밭갈이 하는 자의 소를 빼앗고 굶주린 자의 밥을 훔치는 것처럼 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모두 진흙덩이를 가지고 노는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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