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 연간에 웅수재(態秀才) 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번양출신이다. 그가 홍주 서산을 돌아다니다가 취암사를 지나가게 되었다. 장로 사문스님은 불인 요원선사의 법제자로서 역시 번양사람이었으므로 그에게 두 노비를 보내 가마에 태우고 불전에 오게 하였다. 지나오는 도중에 짙고 깊은 숲 골짜기에서 우연히 한 스님을 만났다. 그는 옛 사람의 모습에다 정신이 맑아 보였으며 긴 눈썹과 새하얀 머리에 나무잎을 엮어 옷을 만들어 입고 반석 위에 앉아 있었는데 마치 벽 위에 걸려있는 불도징의 초상화와 같았다. 웅수재는 혼자서 생각했다. '요즘은 저런 스님이 없다. 양좌주가 서산에 숨었다고 하던데 아마 그가 아직껏 살아있는 성싶다.' 그리고는 가마 밖으로 나와 앞으로 공손히 나아가 여쭈었다. "혹시 양좌주가 아니십니까?" 그 스님이 손으로 동쪽을 가리키기에 웅수재와 두 노비는 그의 손을 따라 바라보다가 뒤돌아 보니 스님은 간 데가 없다. 그 당시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웅수재가 몸소 반석위로 올라가 그가 앉았던 자리를 살펴보니 그 자리는 말라 있었다. 이에 그곳에서 머뭇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전생의 인연이 두텁지 못하여 보고서도 만나지 못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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