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득 혜휘(自得慧暉)선사가 장로사(長蘆寺)조조(祖照)스님의 회중에 있을 무렵, 대중 요사채에서 대나무를 가꾸다가 문득 송 한 수를 지었다.

 

그 높은 절개, 깊은 구름마저도 감추지 못해

그윽한 님, 작은 창가로 옮겨 심노라

신령한 뿌리 서기어린 입새 뭇사람 놀라게 하여

맑은 바람이 푸른 하늘에 돌게 하도다.

 

이 송은 즉흥으로 우연히 지은 글이지만 사람들은 앞다투어 애송하였다. 만년에 유두사(乳竇寺)에 있을 때 그의 나이 이미 80여 세 고령이었지만 뜻밖에 칙명을 받들어 정자사(淨慈寺)의 주지가 되자 사람들은 모두가 그때 지은 `죽송(竹頌)'은 자신에 대한 예언이라 하였다. 이에 대중과 작별하면서 상당법문을 하였다.

 

한결같이 산중에 머문 지 40년

늙으막에 날마다 한가한 생각 뿐이었는데

오늘 아침 뜻밖에 군왕의 부름을 받아

학인들을 작별하고 옛 관문을 떠나가네.

구름은 무심히 산마루를 나가고

날개짓에 지친 새는 옛 둥지로 돌아온다.

득의양양 돌아올 뒷날에

솔바위 속에서 손님이니 주인이니 모두 잊으리.

 

남병산(南屛山)에 와서 조동종(曹洞宗)의 종풍을 크게 일으키고 후일 설두산 쌍탑암(雙塔庵)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세상을 마칠 생각을 하였다. 과연 그가 떠나면서 한 말처럼 되었으니 이를 두고 `마음에 두고 있으면 뜻을 이룬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이른바 `마음에 잊지 않으면 그것이 곧 뜻이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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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붓다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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