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고 설함이 없음이 곧 선정이라 하니, 바로 말하고
설할 때도 선정이라 할 수 있습니까?"
"지금 선정이라고 하는 것은 말함과 말하지 않음을 논하지
않고 항상 선정인 것이니라. 왜냐하면 선정의 본성을 쓰기 때
문에 말하거나 분별할 때에 곧 말하거나 분별함도 선정이기
때문이니라. 만약 공(空)한 마음으로 색(色)을 볼 때에는 색을
볼 때도 또한 공이며, 만약 색을 보지 아니하고 말하지 않고
분별하지 않을 때도 또한 공이며, 내지 보고 듣고 깨닫고 알
때에도 역시 이와 같느니라. 왜냐하면 자성이 공하기 때문에
곧 일체처에 있어서 모두 공한 것이니, 공이란 곧 집착이 없
음이며 집착이 없음이 곧 선정과 지혜를 함께 쓰는 것이니라.
보살이 항상 이와 같이 공 그대로[等空]의 법을 써서 구경에
이르는 까닭에 선정과 지혜가 함께 함을 곧 해탈이라고 하느
니라."
"지금 다시 그대들을 위하여 비유로써 나타내 보여 그대들
로 하여금 분명하게 알아서 의심을 끊게 하리라.
'비유컨대 밝은 거울이 모습을 비출 때에 그 밝음이 움직이
느냐?'
'움직이지 않습니다.'
'비추지 아니할 때도 또한 움직이느냐?'
'움직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밝은 거울의 작용에는 밝게 비친다는 정(情)이 없
으므로 비출 때도 움직이지 않고 비추지 아니할 때도 움직
이지 않는 것이니라. 어째서 그러냐 하면 분별의 정(情)이 없
는 가운데에는 움직이는 것도 없고 움직이지 않는 것도 없기
때문이니라. 또,
'햇빛이 세상을 비출 때 그 빛이 움직이느냐?'
'움직이지 않습니다.'
'만약 비추지 않을 때도 움직이느냐?'
'움직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빛이 분별의 정(情)이 없기 때문이니 정이 없음으
로써 빛이 비추므로 움직이지 아니하며 비추지 않을 때도 또
한 움직이지 아니 하느니라. 비춘다 함은 지혜요, 움직이지
아니한다 함은 선정이니 보살이 선정과 지혜를 함께한 법을
써서 삼먁삼보리를 얻는 까닭에 선정과 지혜를 함께 씀이 곧
해탈이라고 하느니라. 지금 정(情)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범
부의 정이 없음이요, 성인의 정이 없는 것이 아니니라"
"어떤 것이 범부의 정이며 어떤 것이 성인의 정입니까?"
"만약 두 가지 성품을 일으키면 곧 범부의 정이요, 두가지
성품이 공(空)하기 때문에 곧 성인의 정이니라."
Posted by 붓다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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