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베옷 무게가 세 근이다



【제012칙】



〈수시〉-------------------------------------------


살인도 활인검은 옛부터의 법도이며, 오늘날에도 꼭 필요한 것이다. 죽여도 터럭 하나 다치지 않고, 살린다 해도 죽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향상의 외길은 온갖 성인들도 전할 수 없다 하였다. 학자들이 헛되이 애를 쓰는 것은 마치 달 그림자 잡으려다 물에 빠져 죽은 원숭이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자, 말해 보아라. 이미 전할 수 없는 것이라면 어째서 번잡한 이야기와 공안 따위가 그렇게 많은지를... 눈 똑바로 뜬 자라면 다음의 본보기를 잘 살펴보아라.



〈본칙〉-------------------------------------------


어떤 스님이 동산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동산스님이 말하였다.


?내가 입은 삼베옷 세 근이라네.?



〈송〉-------------------------------------------


금까마귀는 날고 옥토끼는 달린다


훌륭한 대답 어찌 가볍게 응수했다 하겠는가


온갖 격식 다 갖추고 동산을 만나다니


절름발이 자라와 눈먼 거북이 빈 골짝에 떨어진 꼴이로다



꽃은 만발하고 비단은 눈부시다


남녘에는 대숲, 북녘에는 나무숲


문득 생각이 나네. 장경과 육대부


도를 아는 이들이라 울지 않고 웃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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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과 육대부 : 남전보원이 죽자 그의 제자 육환대부가 스승의 관 앞에서 통곡은 하지 않고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에 자리를 지키던 주승(主僧)이 이 모양을 보고 노발대발했다. 그러자 육환대부는 이번에는 대성통곡을 하며 소리쳤다. '하늘이여 하늘이여, 우리 스승께서는 이제 세상을 버리고 멀리 가셨구나. 나중에 장경대안이 이 육환대부의 말을 듣고는 칭찬했다.

Posted by 붓다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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