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89칙】
〈수시〉-------------------------------------------
온 몸이 다 눈이 되어 버리면 새삼 본다는 느낌이 없고, 온 몸이 다 귀가 되면 새삼 듣는다는 느낌이 없으며, 온 몸이 그대로 입이 된다면 새삼 말한다는 느낌이란 없고, 또 온 몸이 그대로 마음이 되어 생각한다면 새삼 생각한다는 것을 느끼지 않게 된다. 온 몸이 눈, 귀, 입, 생각이 된다는 것은 우선 그런대로 괜찮지만, 그러나 만약 눈이 없다면 어떻게 보고, 귀가 없다면 어떻게 들으며, 입이 없다면 어떻게 말하고, 마음이 없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만약 이 내 질문에 대해 그럴듯한 해답을 내비치기라도 할 수 있다면 그런 인물은 역대의 조사들과 자리를 같이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역대의 조사들과 한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것은 또 그렇다 치고, 과연 그런 경지에 이르려면 대체 어떤 분을 찾아가야 하는가를 말해 보아라.
〈본칙〉-------------------------------------------
운암스님이 도오스님에게 물었다.
?대비보살은 수많은 손발을 사용하여, 무엇을 합니까??
?사람이 한밤중에 등 뒤로 베개를 더듬는 것과 같다.?
?알았습니다.?
?뭐냐??
?온몸이 손이요, 눈입니다.?
?큰 소리는 쳤다만 열이면 여덟을 말했을 뿐이다.?
?사형께서는 어떠십니까??
?온몸이 손이요, 눈이다.?
〈송〉-------------------------------------------
편신, 통신을 떠들 것 없네
둘 다 조정에선 십만리 저 편일세
대붕이 날개 펴고 구만리 상공으로
바람차고 치솟으니 사해가 뒤집히네
아서라 그 따위 짓 먼지 풀썩 떠오르듯
터럭하나 둥 뜨듯 보잘 것 없다네
그대는 못 보는가 제석천의 구슬 휘장
그림자 영롱한 채 겹겹이 둘러친 걸
어찌 대비보살 뿐이랴
봉두의 손과 눈 여기저기 깔려 있네
아는가, 그 손, 그 눈 어디서 오는 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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