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 (峨山)의 백장로(白長老)가 한번은 이렇게 말하였다.
"고향사람인 설두스님이 지은 백여 수의 송은 문장이나 뜻이 남보다 뛰어나지 않는데도 어찌하여 부질없이 세상에 큰 명성을 얻었을까."
그리고는 드디어 게송 천 수를 지어 열곱절 많게 하고 스스로 이를 엮어 문집을 만들었다. 그는 후일 자신의 명성이 설두선사를 압도하리라고 잘못 생각하고서 가는 곳마다 사람들에게 감상해주기를 요구하였다.
당시 태화산주(太和山主)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그는 당대에 도 있다는 큰스님을 두루 친견하고 법창 (法昌遇:1005~1081) 선사에게 법을 얻은 분이다. 그는 세상에 나와 태화사에 주지를 하면서 산주(山主)라 불릴 만큼 그 기세가 여러 선림을 압도하였고, 함부로 인가해주지 않았다. 백장로가 자기 송을 가지고 태화산주를 찾아가 귀감이 될 만한 한마디 말을 얻어서 후학들에게 신임을 받으려 하였으나 태화산주는 그 송을 보고서 침을 뱉고 말하였다.
"이 송은 마치 겨드랑이에서 노린내나는 환자가 바람머리에 서 있는 것과 같아서 냄새를 맡아줄 수가 없다."
그 후로 백장로는 다시는 남에게 내보이지 않았다.
후일 황노직(黃魯直:정견)은 그 말을 듣고 성도(成都) 대자사(大慈寺)에 가서 큰 글씨로 벽 위에다 시 한수를 썼다.
아미산 백장로
게송 천 수를 지어 문집을 내었더니
태화산주 말씀이 걸작이라
겨드랑이 노린내나는 환자가 바람머리에 서 있는 것 같다나.
峨嵋白長老 千頌自成集
大和曾有言 雅臭當風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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