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선과 경전
"초기 선종은 경전도 중시"
교외별전이라고는 하지만 초기의 선종이 경전을 버리지 않고 중시했음을 알 수 있는데 "경전에 의하여 도의 대본(大本)을 안다"는 말에서 압축된다.
무엇보다 대승불교의 초기 선종에서 《능가경》과 《금강경》은 주요 경전으로 분류된다. 초기 선종을 '능가종'으로 부르는 경향에서도 알 수 있다. 도선은 《속고승전》 '법충전'에서 능가를 남북에 전한 것과 이것을 계승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달마대사가 《능가경》을 혜가에게 전하면서 "내가 이 나라를 보건대 다만 이 경이 있을 뿐 너는 따라 행해서 스스로 제도함을 얻으라"고 했고 또한 혜가의 법을 받아 이 경전을 전지(傳持)한 사람들의 계보를 밝히고 있다. 《금강경》의 전지설도 전해진다.
달마에서 혜능에 이르는 육대의 조사들이 대대로 《금강반야경》을 이었다는 설이다. 이러한 설의 자료로서는 《하택신회선사어록》이 최초로 꼽혀진다. 신회는 남종선 입장으로 대승의 차원보다 높은 '최상승'이란 말을 주장했고 아울러 《육조단경》과 함께 《금강경》을 중국선종의 소의경전으로 정착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 중국선종의 전통적 영향을 받은 한국불교의 최대종단인 조계종도 《금강경》을 소의경전으로 하고 있음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이밖에도 선사상과 관련된 경전으로는 《유마경》, 제법실상의 《법화경》, 해인삼매의 《화엄경》, 불성사상의 《열반경》 등이 있다. 특히 《유마경》의 경우 '직심이 바로 보살의 도량[直心是道場]'이라고 설한 <보살품>은 선종의 기본적인 입장의 근거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유마경》에서의 주장은 훗날 중국 선종사에 있어서 조사선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이법문으로 유명한 유마거사가 중국 선종에서 항상 산성(散聖)의 한 사람으로 주목되고 있는 것이나 유마의 침묵이 불립문자의 세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전승되고 있는 것인 좋은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