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선의 기원
선은 붓다 석가모니의 깊은 깨달음을 상징하는 한송이의 꽃과 미소에 그 원초적 기원을 두고 있다. 남송시대의 무문혜개선사가 편찬한 "무문관" 제6칙 "세존염화"라는 공안은 선의 기원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영축산에서 설법을 하시던 세존께서는 대중들에게 한송이 연꽃을 들어 보였다.
대중들은 그 영문을 몰랐으나 오직 가섭존자만이 홀로 미소를 지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진리에 관한 바른 안목과
열반으로 향하는 미묘한 마음
형상을 벗어난 실상
지극히 미묘한 진리의 문
문자에 의존하지 않고
경전의 법을 넘어선 가르침을
마하가섭에게 전하노라.
한송이의 연꽃을 들어 보인 붓다와 이를 바라보고 홀로 깨달음의 미소를 지은 가섭의 이심전심에서 선불교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는 너무 평범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붓다는 언어의 설법보다는 한송이의 연꽃을 말없이 들어보임으로써 자신의 정신을 표현했고 가섭은 자신이 직관한 붓다의 지혜를 미소로써 표현했다. 그러나 이 평범한 이야기에는 불교의 창시자이며 인류의 영원한 스승인 붓다 석가모니와 그의 후계자인 가섭의 온 생애가 압축되어 있다.
인간성의 가장 깊은 영역에 대한 깨달음을 성취한 사람들은 그렇게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선의 기원을 말해주는 이 평범한 이야기의 이면에는 모든 불교수행자들이 추구해마지 않는 정법안장. 열반묘심. 실상무상과 같은 불교의 궁극적인 깨달음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문자에 의존하지 않고, 경전의 법을 넘어선 가르침'으로 전해져야 한다고 설한다.
마음의 깨달음을 중시하는 선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붓다가 가섭에게 이심전심으로 전한 불교의 진수는 훗날 인간에 관한 불교의 통찰을 총괄하면서 동아시아 불교의 대표적인 종파인 선종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선종은 경전의 주석적 연구에 치중하는 교종과는 달리 경전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오직 마음의 깨달음을 중시하면서 선종의 독자적인 조직과 수도규칙을 확립하고 토착 중국불교의 최대종파로 발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