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렇다면 어느 곳이 깨달음입니까?"
"깨달음은 일정한 처소가 없느니라. 부처라 해서 역시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며, 중생이라 해서 깨달음을 잃는 것도 아니다. 깨달
음은 몸으로 얻지 못하며, 마음으로도 구할 수 없는 것이니, 일체중
생이 그대로 깨달음의 모양이니라."
"그러면 어떻게 보리심을 냅니까?"
"보리는 얻는 것이 아니다. 네 지금 얻음이 없는 마음을 내기만
하면, 결정코 한 법도 얻을 수 없는 것 그대로가 보리의 마음이니라.
보리는 머물 자리가 없기 때문에 얻을 그 무엇도 없다. 그러므로 말
씀하시기를 '내가 연등부처님의 처소에서 작은 법도 얻을 수 없었으
므로, 연등부처님께서 나에게 수기하셨느니라'고 하셨다. 일체 중생
이 본래 보리이므로, 디시 보리를 얻으려 할 필요가 없음을 명백히
알아야 한다.
네 이제 보리심을 낸다는 말을 듣고 한 마음을 가지고 배워서 부
처를 얻는다고 말하여, 오로지 부처가 되려고 한다면 네가 3대아승
기겁을 닦는다 해도 다만 보신, 화신의 부처만을 얻을 뿐, 너의 근본
연원인 참된 성품의 부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니라. 그러므
로 말하기를 '밖으로 구하는 모양있는 부처는 그대와는 닮지 않았도
다'고 하였다."
'참선의길잡이 > 완릉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 무연자비 (26) | 2024.04.23 |
---|---|
12. 수은의 비유 (36) | 2024.04.23 |
10. 마음 밖에 다른 부처가 없다 (20) | 2024.04.22 |
9. 한 물건도 없음[無一物] (27) | 2024.04.22 |
8. 한 법도 얻을 수 없다 (38) | 2024.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