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 1981년 1월 20일, 대한불교조계종 제7대 종정 취임


원각이 보조하니 적과 멸이 둘이 아니라

보이는 만물은 관음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이라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시회대중은 알겠는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남을 돕는 것이 곧 나를 돕는 것

- 1981년 6월 28일, 정초우(鄭草宇) 총무원장 취임식

천지는 나와 같은 뿌리요 만물은 나와 같은 몸입니다.

천지 사이에 만물이 많이 있지만은 나 외엔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하여 남을 도우는 것은 나를 도우는 것이며,

남을 해치는 것은 나를 해치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해치고자 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 이치를 깊이 깨달아 나를 위하여 끝없이 남을 도웁시다.


바위 틈 돌호랑이 일어서서 소리치니

허공이 무너지고 바닷물이 말라버렸네.

크게 웃고 돌아서서 먼 곳을 바라보니

붉은 산호가지 마다 달빛이 찬란하다



계성이 본래 청정하다

- 1981년 9월, 통도사 합동수계식

계성(戒性)이 본래 청정하므로 계상(戒相)이 항상 무구(無垢)합니다.


청정무구한 이 무상정계(無上正戒)는 대천세계를 부수어 가루를 만들지언정 추호도 파괴하지 못하며, 무변허공(無邊虛空)을 붙잡아 단청을 그릴지언정 찰나도 전지(傳持)할 수 없습니다.


이는 개개(箇箇)가 원만하고 찰찰(刹刹)이 구족하여 연화대 위의 만덕존상(萬德尊像)이나 무간지옥의 극고중생(極苦衆生)이 호리고 차이가 없이 절대평등하여 담담적적(湛湛寂寂)하고, 휘휘황황(煇煇煌煌)하니 참으로 신묘불가사의합니다.

이는 사방 제불이 일시에 출현하여 미래겁이 다하도록 설명하려 하여도 설명하지 못하여, 다만 대사대활(大死大活)하여 통개(洞開)하여 심안(心眼)이 확연철증(廓然徹證)할 뿐입니다.

홀연히 크게 웃고 바라보기 철수(鐵樹)에 홍화(紅花)가 찬란하고 방산에 맹화(猛火)가 염염(焰焰)합니다.

이에 부처와 조사는 삼천리 밖에 물러서고 곤충과 미물이 겁외(劫外)의 풍광(風光)을 구가(謳歌)합니다.


생사와 열반은 몽중작몽(夢中昨夢)이며 정찰(淨刹)과 예토(穢土)는 안리공화(眼裏空華)이니 오직 탕탕무애(蕩蕩無碍)한 일대활로(一大活路)에 우유자재(優遊自在)할 뿐입니다.


우리 모두 충천(沖天)의 예기(銳氣)가 충일(充溢)하여 있습니다.


각자(各自) 신명(身命)을 불고(不顧)하고 용맹정진하여 심안(心眼)을 활개하여 이 무상정계(無上正戒)를 친증(親證)합시다.



계율을 생명보다 더 중하게 지킵시다


- 1981년 11월 6일, 해인사종합수계산림 회향식


계율을 생명보다 더 중하게 지키자. 계율을 지킴은 영원한 자유해탈의 길이요 계율을 파함은 무한한 생사고통의 길이다.

계율을 지키다가 죽는 것은 참된 삶이요, 계율을 파한 삶은 아주 죽는 것이다.

그러므로 옛 스님들은 영원히 살기 위하여 계율을 굳게 지켜 죽을지언정 계율을 파하고 살려하지 않았다.

신라 때 자장스님은 인품이 훌륭하여 나라에서 대신으로 모시려 하였으나 듣지 아니하므로 임금이 크게 노하여 칼을 보내어 머리를 베어 오라 하였다.


자장스님은 기꺼이 목을 내밀어 "나는 계율을 지키며 하루를 살다 죽을지언정 계율을 파하고 백년 동안 살지 않겠노라."고 말하므로 임금도 탄복하여 크게 존경하였다.

자장스님은 중노릇을 잘하여 가장 큰스님이 되어 수많은 중생을 제도하여 만고의 모범이 되었다. 우리 모두 영원한 해탈을 성취해 무수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설사 죽는 한이 있더라도 계율을 굳게 지켜 나아가자.

시비와 선악이 본래 공하고

- 1986년 서의현 총무원장 취임식 법어

是非와 善惡이 本來 空하고 魔軍과 諸佛이 元是同體입니다.

生死涅槃은 꿈 속의 꿈이요 利害得失은 거품 위의 거품입니다.

眞如의 둥근 달이 휘황찬란하여 억천 만겁 변함없이 一切를 밝게 비취니

사바가 곧 정토입니다.

물거품인 이해득실을 斷然히 버리고

영원한 진여의 둥근 달을 항상 바라보며 나아갑시다.

만법이 청정하여 청정이란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으니

가없는 이 법계에 거룩한 부처님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들판의 괭이소리 공장의 기계소리 함께 같이 태평가를 노래하니

푸른 언덕 잔디 위에 황금빛 꽃사슴이 즐겁게 뛰놉니다.

발 아래를 보고 발 아래를 보라

- 1988년 11월 23일, 해인사 겨울 수련회

만길 봉우리 앞에 들말 달리고

천길 바다 밑에 진흙소 소리치니

산호가지 위에 햇빛이 밝고 밝으며

흰학이 허공에 높이 나는도다

발 아래를 보고 발 아래를 보라

달마의 한 종파가 땅을 쓸어 다하고

기이하고 기이하니

공자의 삼천 제자가 다 염불하는도다

이가 낭군과 박가 아씨는 서울 거리에서 춤추고

개미와 모기는 연화대 위에 있는도다

가을바람이 불어 단풍잎을 흩으니

울타리 가 누런 국화는 맑은 향기를 토하는도다


훔훔

임제가 놀라서 입을 크게 벌리니

늙은 호랑이 사슴왕의 머리를 깨물어 부수는도다

유등의 참뜻은 무명의 타파에 있으니

- 1989년 10월 13일, 한강연등대법회

오늘 한강의 유등축제는 인류의 무명을 밝히는 지혜의 불등(佛燈)입니다.

유유히 만고에 흐르는 한강수는 이 나라 단군 개국 성조(聖祖)의 천의(天意)를 담고 반만년 이 나라 영고성쇠의 민족혼을 읊조리며 3천리 금수강산의 약동하는 동맥으로 순간도 휴식 없이 영원히 흐르고 있습니다.

오늘을 사는 많은 인류들은 눈부신 문화를 구축하여 높고 풍요로운 물질과 편리한 이기로 지구를 주름잡고 화려하게 살고 있으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도 초조불안의 늪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무명의 그림자가 가려서 진정한 눈을 뜨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입니다.

오늘 문화인은 욕망의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피아상(彼我相)?생사상(生死相)?신인상(神人相) 등 상대적인 이율배반의 이원적인 데서 초탈(超脫)하지 못하고 있는 절름발이문화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불타사상즉인아사상(佛陀思想卽人我四想)을 깨뜨리고 불이법(不二法)인 원융무애한 동체대비의 자비사상이 아니고는 만유(萬有)의 쟁투가 끊어진 진정한 평화와 인류 행복은 찾을 길이 없습니다. 이러한 불타사상을 밝혀서 인류무명(人類無明)을 소멸시키는 지혜의 들불을 유등(流燈)하면서 시방제불 보살의 가호와 개국성조의 증명과 제국성신(諸國聖神)과 천룡팔부(天龍八部)의 두호로 국운이 크게 열려서 남북이 평화롭게 통일되고 모든 인류가 무명을 타파하고 미몽을 깨게 하는 정성어린 유등의 참뜻을 성취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 국가사회가 반목이 사라져서 투쟁이 종식을 상부상조하는 기풍이 진작되어 아름다웠던 우리의 전통미풍이 살아나 삼천리 강토 방방곡곡에 태평가를 불러 봅시다.

나무석가모니불

일체를 존경합시다.

- 1990년 5월 1일, 불교방송 개국 축하 법어


일체를 존경합시다.

일체가 부처님 아님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일체를 부처님으로 받들고 스승으로 섬기며 부모로 모십시다.

우주의 유형?무형이 이 법문을 항상 설하여 이 말씀이 우주에 가득 차 있습니다.

모두들 귀가 있든 없든 간에 이 법문을 향상 듣고 있습니다.

더욱이 불교방송을 통하여 이 법문을 전하게 되니 참으로 금상첨화입니다.

모든 가치는 말씀에 있지 않고 그 실천에 있으니 우리 모두 선악과 시비를 초월하여 일체를 존경하여야 합니다.

푸른 허공에서 반짝이는 별님들과 둥근 달님도 쉴 새 없이 벽력 같은 소리로 항시 이 말씀을 외치고 있습니다.

일체를 존경합시다.

Posted by 붓다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