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16칙】
〈수시〉-------------------------------------------
지극한 도에는 샛길이 없고, 그 도에 있는 사람에게는 감히 다가가기 힘들다. 정법은 보고 들을 수 없으며, 말이나 글과는 아득히 떨어져 있다. 만약 가시밭을 헤치고 나가, 부처님과 조사의 밧줄을 풀어 버리고, 은밀한 경지를 얻게 되면, 온 하늘이 꽃을 바치려 해도 길이 없고, 외도가 엿보려 해도 문이 없다. 하루종일 일을 해도 한 일이 없고, 하루종일 설법해도 한 가르침이 없다. 자유자재이어서, 줄탁의 솜씨를 펴고, 살활의 칼을 쓸 수가 있다. 비록 그렇다 해도, 교화의 일에 종사하게 되면, 한 손은 들어올리며 한 손은 잡을 줄 알아야 조금은 쓸만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분의 일을 할 때에는 그런 것은 거의 쓸데가 없는 것이다. 이 본분의 일은 어떻게 지어야 하는가.
〈본칙〉-------------------------------------------
어떤 스님이 경청스님에게 물었다.
?학인이 알에서 깨어날 준비가 되어 있으니, 톡 쪼아 주십시오.?
경청스님이 말했다.
?그렇게 하면 과연 살 수 있겠느냐??
그 스님이 말했다.
?살아나지 못한다면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겠지요.?
경청스님은 말하였다.
?역시 형편없는 놈이로구나.?
〈송〉-------------------------------------------
옛 부처에게는 뚜렷한 가풍이 있으니
함부로 대들었다가는 혼쭐이나 난다네
어미와 새끼도 서로 모르는 일을
누가 알아 동시에 쫀단 말인가
톡 톡 쪼으면 깨어나련만
아직도 껍질 속에 갇쳐만 있구나
힘껏 두드려 깨어주려 해도
천하 납승들 헛된 수작 싫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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