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책 만들며 암자에 살다 / 뇌암 정수(雷菴正受)수좌
뇌암 수(雷菴正受) 수좌(首座)는 평강(平江)사람이다. 용모가 훤출하였으며, 오랫동안 월당(月堂道昌:1089~1171)?요당(拗堂)스님 등 여러 큰스님들에게 귀의하였다. `보등록(普燈錄)" 30권을 편집하였고, `능가경(楞伽經)"에 주석을 붙이기도 하였다. 삽주(?州) 조씨암(曹氏菴)에 주석하면서 서산거사(抒山居士) 유계고(劉季高)의 조카 유평(劉平)과 가장 가까이 지냈는데, 경원(慶元:1195~1200)연간 초에 다시 서호(西湖)에 암자를 짓고 살았다. 유공이 단구(丹丘)에 부임하자 건자봉(巾子峰) 보은사(報恩寺)의 주지로 그를 부르니, 송을 지어 마다하였다.
띠풀집 짓고서야 기뻐서 소나무에 기대니
베갯머리 맑은 바람에 단잠을 잔다.
참선이란 도리를 터득하는 것에도 무심함을 높이 사는데
어이하여 이내 몸을 시끌대는 절간에 넣으려 하오.
結?方喜倚長松 一枕淸風睡正濃
禪道尙無心理會 肯將身入鬧藍中
유공이 이 글을 보고 매우 기뻐하여 다시 사람을 보내 굳이 청하며 아울러 화답의 시를 보냈다.
높고 깊으신 모습 우뚝한 소나무에 기대어
노년에 맑은 그늘 스스로 무르익네
홍진세계에 잠시 발 붙이시어
웃음지며 얘기한들 무엇이 나쁘겠소.
昻藏骨相倚喬松 晩歲淸陰只自濃
好向紅塵姑著脚 何妨都在?談中
그러나 스님은 끝까지 가지 않았고 당시 사람들은 그를 고상하다고 하였다. 주지가 되려고 꼬리를 흔들어대며 아첨을 하는 오늘날, 어떻게 이런 사람이 다시 있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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